임상시험 중 피험자에게 이상반응이 생겼다 — 배상책임과 보상은 다른 문제다
서울 소재 대학병원의 임상시험 배상책임보험을 검토하며 확인한 것은, 많은 기관이 “보험에 들었으니 피험자 보상은 해결됐다”고 여기지만 법률상 배상책임 담보와 무과실 보상은 전혀 다른 장치라는 점이었습니다.
상황
서울 소재 대학병원이 다기관 임상시험을 앞두고 보험 가입을 검토했습니다. 시험계획서에는 피험자 보상 규약이 포함되어 있었고,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의도 통과한 상태였습니다. 담당자의 질문은 단순했습니다. "배상책임보험 하나 들면 되는 것 아닌가요?"
확인해 보니 계획서에 적힌 보상 약속과 검토 중이던 증권의 담보 내용이 서로 다른 것을 겨냥하고 있었습니다.
쟁점 — 배상책임과 보상은 같은 말이 아니다
임상시험에서 피험자에게 손해가 생겼을 때 돈이 나가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 법률상 배상책임(liability) — 시험 수행 과정에 과실이 있었고, 그 과실과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될 때 발생합니다. 일반적인 배상책임보험이 담보하는 영역입니다.
- 무과실 보상(compensation) — 누구의 과실도 아니지만 시험용 의약품 투여와 관련해 이상반응이 발생했을 때, 시험계획서상 보상 규약에 따라 지급하는 것입니다. 과실을 따지지 않습니다.
임상시험에서 실제로 분쟁이 되는 사안 상당수는 후자입니다. 프로토콜을 정확히 지켰는데도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 나온 경우, 과실이 없으니 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험계획서에는 "피험자에게 발생한 건강상 피해를 보상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배상책임 담보만 가지고 있으면, 기관은 약속은 했는데 재원은 없는 상태에 놓입니다.
약관상 검토 포인트
1. 무과실 보상 특약의 존재 여부
피험자 보상을 담보하려면 별도의 특약 또는 그에 상응하는 담보 조항이 필요합니다. 기본 배상책임 담보만으로 커버된다고 전제하면 안 됩니다. 증권상 담보 항목을 시험계획서의 보상 규약과 나란히 놓고 문구 단위로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2. claims-made 구조와 소급담보일
임상시험 배상책임은 통상 배상청구기준(claims-made)으로 인수됩니다. 손해가 발생한 시점이 아니라 청구가 제기된 시점을 기준으로 담보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 소급담보일(retroactive date) — 이 날짜 이전에 이루어진 행위에서 비롯된 청구는 담보되지 않습니다. 시험 개시일보다 소급담보일이 늦으면 초기 투여분이 통째로 빠집니다. 보험회사를 바꾸거나 갱신하면서 소급담보일이 리셋되면 과거 시험분의 담보가 끊깁니다.
- 보고기간연장(ERP) — 임상시험 관련 이상반응은 시험 종료 후 상당 기간이 지나 드러나기도 합니다. 증권이 종료된 뒤 제기되는 청구를 받으려면 연장 기간이 필요하고, 그 길이가 시험계획서상 추적관찰 기간과 맞물리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3. 피보험자 범위 — 누가 보호받는가
임상시험에는 의뢰자(스폰서), 실시기관, 시험책임자, 시험담당자, 위탁기관(CRO)이 함께 관여합니다. 사고가 나면 피험자는 이들 모두를 상대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증권상 피보험자에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 기관과 개인 연구자가 각각 보호받는지, 위탁받은 CRO가 추가피보험자로 들어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기관 시험이면 참여 기관별 담보 관계까지 정리해야 합니다.
4. 시험 단계와 담보 지역
제1상은 건강한 자원자를 대상으로 하고 안전성 정보가 가장 적어 위험 성격이 다릅니다. 후기 단계는 피험자 수가 많아 노출 규모가 커집니다. 단계에 따라 인수 조건이 달라집니다. 국제 공동 임상이면 담보 지역과 준거법·관할이 시험 실시 국가를 포함하는지도 봐야 합니다. 국내 담보만으로 인수된 증권으로 해외 관할 소송을 방어할 수 없습니다.
시사점
임상시험 보험은 "가입 여부"가 아니라 "시험계획서에 쓴 약속과 증권에 쓴 담보가 일치하는가"의 문제입니다. IRB에 제출한 문서와 보험증권을 나란히 놓고 대조하는 절차를 가입 과정에 넣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소급담보일은 한번 끊기면 사후에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보험회사를 변경하거나 갱신할 때 반드시 기존 소급담보일의 승계를 조건으로 확인하십시오.
본 글은 당사가 실제로 검토·중개한 사안을 의뢰인 식별정보를 제거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와 조건은 개별 약관·사실관계·보험회사 인수심사에 따라 달라지며,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 (당사 검토 사례 · 익명 처리)
비슷한 상황을 검토하고 계신가요?
사안의 구조를 먼저 파악한 뒤 필요한 담보를 정리해 드립니다. 계약 문구·기존 증권 검토도 함께 진행합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