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006

유럽 전시회 주최측이 ‘Public Liability’를 요구했다 — 우리 CGL 증권으로 되는가

유럽 기술 박람회 참가를 준비하던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최측 참가 안내서를 들고 왔습니다. 문서 어디에도 CGL이라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요구하는 내용은 우리가 아는 영업배상책임보험이었습니다.

해외 전시회Public Liability영문 증권

상황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이 유럽에서 열리는 기술 박람회에 부스를 내기로 했습니다. 참가 신청을 마치고 주최측이 보내온 참가 안내서(Exhibitor Manual)를 열어 보니, 안전 서류 제출 항목에 보험 요구가 들어 있었습니다.

요구 문언은 대략 이런 형태였습니다. “All exhibitors must hold public liability insurance valid for the duration of build-up, open days and breakdown, issued in the name of the exhibiting company.” 제출 기한은 개막 약 한 달 전이었습니다.

의뢰인의 첫 질문은 두 가지였습니다. 국내에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인가,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아는 영업배상책임보험과 같은 것인가.

쟁점 1 — PL은 CGL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나 PI는 다른 보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최측이 요구한 Public Liability(PL)는 국내에서 말하는 영업배상책임보험(CGL, Commercial General Liability)과 같은 축의 담보입니다. 사업 활동 과정에서 제3자에게 입힌 신체장해·재물손해의 법률상 배상책임을 담보한다는 핵심 구조가 동일합니다.

이름이 갈리는 이유는 시장의 관행입니다. 미국계 시장은 CGL, 영국·아일랜드·호주와 영국 약관 전통을 따르는 유럽 시장은 Public Liability라고 부릅니다. 현지 언어로는 네덜란드 AVB(Aansprakelijkheidsverzekering voor Bedrijven), 독일 Betriebshaftpflicht, 프랑스 RC Exploitation이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문제는 그 옆의 약어입니다. 실무에서 가장 자주 생기는 착오가 PL과 PI를 같은 것으로 읽는 것입니다.

  • PL — Public Liability : 제3자 대인·대물 배상. 국내 CGL에 대응합니다. 전시회가 요구하는 것은 대부분 이것입니다.
  • PI — Professional Indemnity : 전문 서비스의 과실로 고객이 입은 경제적 손해를 담보. 국내 전문직업인배상책임보험(E&O)에 대응합니다. 부스에서 사람이 넘어져 다친 사고는 담보하지 않습니다.
  • EL — Employers’ Liability : 사용자가 자기 근로자에게 지는 책임. 국내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근재)에 대응합니다.
  • Product Liability : 공급한 제품의 결함 책임. 국내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과 대응하는데, 국내에서 PL이라고 쓰면 보통 이쪽이라 약어가 또 한 번 엇갈립니다.

즉 같은 ‘PL’이라는 두 글자가 국내에서는 생산물배상, 영국권에서는 시설·업무 배상을 가리킵니다. 주최측 문서를 약어만 보고 해석하면 엉뚱한 증권을 준비하게 됩니다. 약어가 아니라 요구 문언의 영문 원문을 읽어야 합니다.

판별 기준  요구 문언에 bodily injury / property damage / third party 가 있으면 PL(=CGL)입니다. professional services / negligent act, error or omission / financial loss 가 있으면 PI(=E&O)입니다. 전시 부스에서 컨설팅·기술자문을 유상으로 제공한다면 두 가지를 모두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쟁점 2 — 요구 한도는 부스 형태가 정한다

이 건에서 한도를 바로 확정하지 못한 이유는, 주최측 규정이 부스 형태에 따라 최소 한도를 다르게 정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조립부스(Shell Scheme) — 주최측이 벽·바닥·기본 조명까지 시공해 제공하는 표준 부스. 참가사는 그 안에 집기를 들여놓습니다. 요구 한도가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 독립부스(Space Only / Raw Space) — 바닥 면적만 임대받아 참가사가 직접 구조물을 설계·시공합니다. 구조물 붕괴·낙하 위험을 참가사가 지므로 요구 한도가 몇 배로 올라갑니다.

실제로 이 전시회는 조립부스와 독립부스의 최소 요구 한도가 다섯 배 차이였습니다. 부스 형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견적을 받으면 한도 미달로 증빙이 반려되거나, 반대로 불필요하게 큰 한도로 보험료를 더 내게 됩니다.

독립부스라면 확인할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부스 시공업체의 배상책임보험입니다. 시공 하자로 난 사고의 1차 책임은 시공업체에 있지만, 주최측과 관람객은 참가사에게 먼저 청구합니다. 시공 계약서에 보험 가입 의무를 명시하고 증권 사본을 받아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2층 구조물이나 천장 리깅(rigging)이 들어가면 주최측이 구조 계산서와 별도 승인을 함께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쟁점 3 — 담보기간은 전시일이 아니라 설치일부터

의뢰인이 처음 요청한 보험기간은 전시 개최 이틀이었습니다. 그러나 주최측 문언은 build-up, open days and breakdown 전 기간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사고 빈도를 보면 이 요구는 합리적입니다. 전시장에서 사람이 다치거나 물건이 부서지는 일은 관람객이 들어오는 개최일보다, 자재를 나르고 사다리를 쓰고 여러 업체가 동시에 움직이는 설치·철거일에 더 자주 일어납니다. 개최일만 담보한 증권은 정작 위험이 높은 구간이 비어 있는 셈입니다.

설계할 때는 설치 시작일 0시부터 철거 종료 다음 날 0시까지로 잡아, 현지 시각 기준으로 양 끝을 하루씩 여유 있게 덮는 편이 무난합니다.

쟁점 4 — 국내 증권으로 유럽 현장이 담보되는가

국내 영업배상책임보험은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사고를 담보 대상으로 합니다. 해외 전시장에서 난 사고를 담보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증권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 담보지역(Territory) — 해외 담보로 확장되어 있는지, 해당 국가가 포함되는지
  • 재판관할(Jurisdiction) — 현지 법원에서 제기된 청구를 담보하는지. 담보지역만 넓히고 재판관할이 국내로 묶여 있으면 실익이 없습니다
  • 증권 언어 — 주최측에 제출할 영문 부보증명서(Certificate of Insurance)가 발급되는지

국내 손해보험사 중 영문 증권과 해외 담보 확장을 함께 처리할 수 있는 곳이 있고, 외국계 보험사의 영문 CGL로 접근하는 경로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인수심사가 필요하므로 일정을 역산해야 합니다.

보험료 구조에서 한 가지 알아 둘 점이 있습니다. 전시 기간만 담보하는 단기 계약은 보험회사별 최저보험료가 적용되는 경우가 많아, 담보기간을 1년으로 잡은 견적과 금액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해외 전시를 연 2회 이상 나가는 기업이라면 1년 단위 설계가 유리한지 함께 비교해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쟁점 5 — 증빙은 ‘가입’이 아니라 ‘서류 형식’까지 요구한다

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주최측이 서류를 받아들이는 형식이 따로 있습니다. 이 건에서 확인한 항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 증권 명의 — 참가 계약을 맺은 법인명과 일치할 것. 그룹사 명의나 대행사 명의는 반려될 수 있습니다
  • 영문 상호·주소 — 국문만 있는 기업은 영문 표기를 먼저 확정해야 증권이 나옵니다
  • 담보 장소 명시 — 해당 전시장에서의 활동이 담보된다는 문구
  • 추가피보험자(Additional Insured) — 주최측이나 전시장 운영사를 증권에 함께 올리도록 요구하는 경우
  • 대위권 포기(Waiver of Subrogation) — 참가 약관에 들어 있으면 증권 조건과 맞는지 확인
  • 제출 기한 — 안전 서류 마감일 기준. 인수심사와 영문 증명서 발급에 며칠이 걸립니다

추가피보험자와 대위권 포기는 보험회사가 조건부로만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경우가 있어, 참가계약서의 해당 조항 원문을 그대로 보험회사에 전달하는 것이 확인 시간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시사점

해외 전시회 참가에서 보험은 전시 준비의 마지막 순서로 밀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부스 형태가 확정되는 시점에 함께 정리해야 하는 항목입니다. 세 가지만 먼저 확인하면 대부분의 문제가 정리됩니다.

  • 주최측이 요구하는 것은 PL(=CGL)인가, PI(=E&O)인가 — 약어가 아니라 영문 문언으로 판별합니다
  • 부스는 조립부스인가 독립부스인가 — 요구 한도가 여기서 갈립니다
  • 담보기간이 설치·철거를 포함하는가 — 사고는 그 구간에서 더 납니다

한 가지 덧붙이면, 배상책임보험은 우리가 남에게 입힌 손해를 다룹니다. 가져간 전시품·시연 장비가 운송 중이나 전시 기간 중에 파손·도난되는 것은 다른 보험(적하보험·전시 재물담보)의 영역입니다. 주최측이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빠뜨리기 쉬운 쪽이 오히려 이쪽입니다.

본 글은 당사가 실제로 검토·중개한 사안을 의뢰인 식별정보를 제거하여 재구성한 것입니다. 전시회명·개최지·구체적 요구조건은 특정이 불가능하도록 일반화했습니다. 주최측 요구조건은 전시회·연도·부스 형태에 따라 다르므로 반드시 해당 전시회의 참가 안내서 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보험금 지급 여부와 조건은 개별 약관·사실관계·보험회사 인수심사에 따라 달라지며, 특정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 (당사 검토 사례 · 익명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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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 참가 안내서의 보험 조항을 먼저 읽고, 부스 형태·담보기간·요구 한도에 맞춰 설계해 드립니다. 영문 부보증명서 발급까지 함께 처리합니다.
보험료와 인수 조건은 보험회사 인수심사 후 확정됩니다.